From.RIOPIA : PROLOGUE
엽서 프로젝트, 이야기의 시작
01
아이가 태어나고, 당연하게도 일상에 여러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크게 와닿는 것 중 하나는,
매일 해오던, 드로잉북에 낙서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매일 한 페이지 이상은 그리려고 하는데,
어떤 날은 이마저도 놓친다.
그래서 그릴 수 있는 시간이 나면
최대한 빠르게 많이 그리려고 한다.
(이것도 나름, 재미있는 연습이며 놀이이다.)
02
아주 작은 우리 집에서
그나마 가장 큰 방을 작업 공간으로 사용했는데,
이제 그 방은 아이와 함께 생활하고 자는 공간이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큰 방에서 작은방으로 작업 도구와 그림들을 옮기고,
그 방 한구석에
좁지만 작업할 수 있는 더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 물품이 늘어나면서
그 자리마저 차지했고,
결국 거의 창고가 되었다.
작업에 필요하다고 여겼던
최소한의 공간마저 사라져 버린 셈이다.
(지금은 정리하여 책상에 앉아
드로잉북 정도에는 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03
공간도 시간도 부족해져
당분간 커다란 캔버스 작업은 어렵겠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작은 캔버스 작업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아주 잠깐 틈이 나면,
얼른 스틱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드로잉북을 펼치고
연필, 색연필, 크레용, 볼펜같이
손에 잡기 편한 도구로 그리기를 하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심지어 아내가 주 양육자임에도 말이다.)
04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손바닥만 한 작은 종이에 주로 작업을 하는 작가를 보았다.
나는 매일 작은 드로잉북에 그림을 그려왔으면서
왜 전시나 프로젝트는 꼭 캔버스 작업만 생각했을까?
왜 꼭 크게 그려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환경이 이렇게 된 마당에,
(한동안은 상황이 변할 것 같지 않으니)
매일 해오던 작은 그림으로
무언가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05
그래서,
매일 하던 그리기를 드로잉북이 아닌,
엽서-만한 종이-에 하고,
이 그림엽서를
우편으로 보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06
'우편으로 엽서를 보낸다. 그리고 누군가 받는다.'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 시대에,
우편으로 물건도 아니고
엽서-편지를 보내고 받는 건 어떤 느낌일까?
07
과연 그림엽서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지,
'유료'라고 하면 어떤 반응일지,
내가 게으르지 않게 잘 보낼 수 있을지,
여러 걱정들도 생기지만, 일단 시작해 보려고 한다.
해봐야 알 수 있을 테니.
그리고
그림 작업을 하는 한 오래도록 해봐도 좋겠다 싶다.
08
결론은, 그림엽서를 보내드립니다.
모든 엽서는 직접 그린 원화입니다.
재료비, 우편비, 제작 시간 등을 포함하여,
무엇보다 오래 지속하기 위해,
유료로 진행합니다.

09
리오지 낙서 엽서 프로젝트
RIO JEE (drawing) POSTCARD PROJECT
직접 그린 단 하나의 낙서 엽서를
우편으로 전하는, 느린 (예술) 실험.
"FROM.RIOPIA"
10
많관부!!